숲노래 어제책 2022.4.7.
숨은책 649
《편지 4호》
이범상 엮음
편지쓰기장려회(윤석중)
1984.11.1.
싸움터(군대)에서도 누구나 손전화를 쓸 수 있도록 열어 놓은 오늘날에는 ‘위문편지’란 말조차 사라질 텐데, 1982∼1987년에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해마다 두 판쯤 “군인 아저씨께”란 이름을 달고 글월을 적어야 했습니다. 배움터에서 시킨 온갖 짐(숙제) 가운데 하나이니 동무들은 다들 싫어했으나, ‘맞글월(답장)’을 받을 수 있으려나 꿈꾸며 쓰고 또 썼는데 맞글월은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글월을 부칠 적에 글붓집(문방구)이나 가게나 우체국에서 날개꽃(우표)을 사서 붙였습니다. 저는 날개꽃을 따로 모았기에 우체국을 단골로 드나들었고 우리 어린배움터에는 왜 ‘어린이 우체국’을 안 여나 싶어 섭섭했습니다. 《편지》는 체성회에서 뒷배하며 나온 두달책(격월간지)입니다. 오래 나오지는 못한 듯싶으나, 날개꽃을 모은다든지 글월쓰기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읽을거리가 가득해요. 사이에 ‘한국우표목록’하고 ‘글월종이’를 끼웠으니 한결 돋보이고요. 문득 돌아보면 예전에 “아저씨 아저씨 우체국 아저씨 큰 가방 메고서 어디 가셔요? 큰 가방 속에는 편지 편지 들었죠?” 같은 어린노래를 제법 불렀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로 글월을 나르던 살림은 이제 큰꾸러미를 짐차르 나르는 길로 바뀌며 손빛이 사그라듭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