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4.5.

오늘말. 맑음이


동생으로 태어났기에 동생이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내내 생각하며 어린 날을 보냈어요. 언제나 밑에 있는 사람으로 언니나 손위가 돌보고 살펴 주는 손길을 받으며 ‘우리 어머니가 낳은 동생은 없더라도, 온누리 모둔 손밑은 나한테 동생일 테지’ 하고 생각하면서 이 손길을 새롭게 북돋우며 물려주자고 생각했어요. 설맞이를 앞두고 설맞이글을 쓸 적에도, 해맞이를 하며 반가이 만나 도란도란 말을 섞을 적에도, 나이가 많은 분한테뿐 아니라 나이가 적은 누구한테나 깍듯이 높임말을 쓰며 지냈어요. “내가 밑나이인걸. 왜 높임말을 써?” 하고 물으면 “음, 누구한테나 높임말을 쓰니 스스로 즐겁고, 이 말씨가 아름다워서.” 하고 얘기했어요. 이웃나라에서는 비가 이제는 그치기를 바랄 적에 ‘비멎이’를 꾸려서 미닫이 곁에 세운다고 해요. 날씨가 맑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맑음이’라고도 한대요. 비를 바랄 적에는 비바라기를 하면서 ‘비님’에 ‘비꽃’을 노래한다면, 맑기를 바랄 적에는 맑고 환한 눈빛으로 ‘맑음이’에 ‘맑은님’을 그리는 마음이로구나 싶습니다. 날씨뿐 아니라 온누리가 맑으면서 밝기를 바라요. 낮에도 밤에도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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