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3.


《미쿠의 큐베 한약방 2》

 네무 요코 글·그림/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20.12.24.



푹 자고 일어나서 우리 집 봄나무하고 봄풀을 돌아본다. 하늘빛을 가만히 품고 마당에서 살며시 춤을 추고는 다시 누워서 쉰다. 깨진 무릎이 찌릿찌릿하니 눕기도 앉기도 서기도 걷기도 버겁다. 눕다가 일어서다가 바람을 쐬는 사이에 우리 집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는다. 겨우내 폭 쉬고서 깨어났겠지? 《미쿠의 큐베 한약방 2》을 읽었다. 네무 요코 님 그림꽃책을 꽤나 오래 읽어 왔다고 느낀다. 이녘은 한결같이 짝사랑하고 풋사랑을 줄거리로 삼는다. 오래도록 한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끈질기다면 끈질기고 즐겁다면 즐겁게 제 꿈 하나를 바라보면서 노래한다고 느낀다. 나는 짝사랑이나 풋사랑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다.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결을 돌아보고, 마음결을 어떤 말씨로 담아내는지 살피고,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곳에서 어떤 낱말을 골라서 삶을 그리는지 생각한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이라는 책을 쓰자면 스스로 안 즐기고 안 쳐다보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쓰거나 다루는 말을 헤아리면서 살림빛으로 녹여내는 길을 갈무리해서 들려줄 노릇이니까. 꿈나라에서 하느작하느작한다. 이 아픈 몸이 나을 즈음에는 어떤 몸이 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 묻는다. 신나게 앓아야겠지. 기쁘게 앓으며 새롭게 일어나야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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