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29.
오늘말. 노느다
어릴 적에 집집장수를 늘 보았습니다. 책도 방물도 마실장수가 제법 팔아요. 우리 집에도 하루에 몇 사람씩 찾는장수가 단추를 누르는데 “어머니 안 계셔요” 하고 말하든지, 단추를 그만 누르고 떠날 때까지 소리를 죽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날마다 뛰놀면서 몸에 힘이 붙었다면, 푸른나이를 지날 즈음에는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면서 여린몸을 다스렸어요. 골골거리니 조금만 달려도 지치지만, 골골몸으로 한바탕 땀을 쏟고서 곯아떨어지면 하루가 휙휙 가면서 조금씩 자란다고 느꼈습니다. 꿈에서 여린힘하고 센힘을 바꾸겠느냐는 말을 이따금 들어요. 맞바꾼다면, 판갈이를 한다면, 참말로 나은 삶으로 갈까요? 언제나 망설이고 머뭇거리다가 여린씨로 남기로 했어요. 어쩐지 센힘은 안 맞지 싶었습니다. 힘이 있기에 나누지 않아요. 돈이 있어서 노느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는 사이라서 도르리를 하고, 마음으로 반가운 이웃이 도리기를 합니다. 한물결이 이웃나라로 뻗곤 하는데, 푸른숲을 들려주는 한너울은 아직 없다고 느껴요. 우리 나름대로 푸르게 일렁이는 물줄기를 잊는다면 한바람 아닌 찬무대나 찬줄기가 온통 우리 터전을 휘감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나누다·노느다·잇다·도르다·도르리·도리기·바꾸다·맞바꾸다·자리바꿈·갈다·갈아엎다·판갈이·사람갈이·사람을 갈다·사람을 바꾸다·오가다·오고가다·오며가며·주고받다·주거니받거니·가거니오거니 ← 교환(交換)
곁여림·여린몸·여린씨·여린힘 ← 근교약세(近交弱勢·inbreeding depression)
집집장사·집집장수·마실장사·마실장수·떠돌장사·떠돌장수·찾는장사·찾는장수 ← 행상, 도부꾼(도부), 방문판매(방문판매원)
한물결·한바람·한바다·한너울 ← 한류(韓流)
찬무대·찬흐름·찬줄기 ← 한류(寒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