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4.
《축소지향의 日本人》
이어령 글, 기린원, 1986.4.10.
1934년에 태어나 2022년 2월에 숨을 거둔 이어령 님이 남긴 책 가운데 《축소지향의 日本人》을 오랜만에 되읽어 본다. 곰곰이 되읽수록 루스 베네딕트 님이 쓴 《국화와 칼》을 흉내냈구나 싶다. 미국사람이 한겨레보다 일본사람을 어찌 더 잘 알 수 있겠느냐는 마음이 도사린 줄거리를 읽으면서, 글빛은 있되 삶빛은 얕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이어령 님은 ‘글을 읽어 책을 쓰기는 하되, 숲이나 마음으로는 읽지 않는 바람에, 이웃한테 넋을 새롭게 가꾸는 길을 들려주는 숨빛으로는 못 가는구나’ 하고도 느낀다. ‘잡아채는 눈’은 있으나 ‘디디는 발’이 얕고, ‘써내는 붓’은 있으나 ‘살림하는 손’은 없지 싶다. 큰아이랑 안개비를 맞으며 읍내마실을 한다. 우체국을 들르고 몇 가지를 장만한다. 우리 집 나무는 천천히 꽃잔치를 이룬다. 꽃잔치 다음에는 잎잔치를 펴겠지. 잎잔치 다음에는 풀벌레랑 개구리한테 둘러싸여 노래잔치로 나아갈 테고.
https://blog.naver.com/hbooklove/222208621854
이어령 님이 한창 붓발을 날릴 적에 낸 책이 있다. ‘제비’를 제비로 알아보지 못한 채 ‘참새’로 적었는데, 이분만이 아니라 꽤 많은 붓바치(지식인)가 제비랑 참새를 가릴 줄 모르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았다. 냉이꽃이랑 꽃마리꽃을 못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느티잎이나 뽕잎이 나물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고 보니 이어령 님은 ‘천경자 님 그림’을 둘러싼 실랑이에서 엉뚱한 짓을 벌였지. 지식에 갇힌 지식인이랄까.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