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3.25.

숨은책 646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

 사기사와 메구무 글

 최원호 옮김

 자유포럼

 1998.1.20.



  요즘이라면 겉에 “일본 인기 여류작가의 서울살이 180일” 같은 이름을 섣불리 안 붙일 테지만, 1998년에는 이런 이름을 박는 곳이 흔했고, 저는 그무렵 이런 한 줄이 못마땅해서 밀쳤습니다. 이러던 2004년 4월 11일, 사기사와 메구무 님은 “일본사람·조선사람으로 가르고, 순이돌이로 가르는 굴레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글을 짤막하게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갑자기 멍해서 예전에 밀쳐둔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을 장만하려고 했더니 진작 판이 끊어졌습니다. 2004년 12월에 헌책집에서 겨우 한 벌 찾아내어 읽었습니다. ‘¼ 한겨레 핏줄’이 흐르는 줄 문득 알아차리고서 한말글을 익히려고 서울 연세어학당을 여섯 달 동안 다니는 동안 두 나라가 얼마나 차갑고 메마른가를 새록새록 느꼈다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일본에서 나온 “ケナリも花 サクラも花”는 옅파란 바탕에 두 가지 꽃이 나란하고 군말을 안 넣습니다. 글님은 그저 ‘글님’일 뿐이고, 사는곳은 사는곳일 뿐이거든요. 모든 꽃은 참말로 꽃이요, 모든 풀은 그저 풀이며, 모든 나무는 늘 나무입니다. 그러나 차갑거나 메마른 두 나라는 ‘안 배우려는’ 사람들입니다. ‘배우려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따뜻하고 곱고 포근해요. 부디 하늘빛으로 쉬시기를.


ㅅㄴㄹ


#ケナリも花サクラも花 #鷺沢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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