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3.22.

책하루, 책과 사귀다 97 책값 털썩



  새책집에서는 책을 한 바구니씩 장만하지 않습니다만, 헌책집에서는 책을 몇 바구니씩 장만합니다. 새책은 언제라도 다시 살펴서 장만할 수 있으나, 판이 끊긴 헌책은 이다음에 새로 만나기가 몹시 어려워요. 눈앞에서 볼 적에 바로 장만하지 않으면 스무 해나 서른 해 뒤에까지도 다시 못 찾습니다. 마흔 해 만에 다시 찾아내어 고이 품은 책이 제법 있는데, 이렇게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장만을 하는 터라, 책값이 털썩털썩 나가요. 장만해서 곁에 두면서 되읽고 싶은데 어쩌나 하고 망설이면 곁님이 속삭여요. “여보. 사야 할 책은 사. 돈은 나중에 벌 수 있지만, 책은 나중에 못 만나잖아.” 곁님은 책을 거의 안 읽지만 책이란 무엇인가를 더없이 깊고 넓게 헤아려서 짚어 줍니다. “여보, 며칠 굶어도 되지만, 살 책을 못 사서 몇 해씩 끙끙거릴 바에는 아무리 돈이 들어도 살 책을 사야지요.” 든든한 길잡이인 곁님을 섬기기에 이분이 배움마실을 떠나겠다고 하면 천만 원이고 이천만 원이고 낑낑대며 그러모아 보내 놓고서 몇 해에 걸쳐 겨우 빚을 갚습니다. 책은 우리 삶에 크게 이바지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만, 오랜 슬기를 언제나 새롭게 돌아보도록 북돋우는 숲빛을 종이꾸러미에 얹으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길동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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