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22.
곁말 39 돌림앓이
걷다가 넘어집니다. 누가 발을 걸지 않았으나 바닥이 미끄럽고 디딤돌이 자잘하게 많군요.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까지고 손가락이 긁힙니다. 넘어진 저를 나무라야 할는지, 거님길이 얄궂다고 탓해야 할는지, 길바닥에 엎어진 채 한동안 생각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피멍이 들고 다리를 절뚝입니다. 핏물이 흐르지만 씻고 바람에 말리면 며칠 뒤에 낫습니다. 한두 해나 서너 해마다 고뿔을 호되게 앓는데, 며칠쯤 끙끙거리면 한 해 내내 튼튼히 살림을 지어요. 둘레에서 무슨무슨 돌림앓이로 고되다고 말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나란히 걸려서 앓는다면, 가만히 몸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독이면서 나으면 돼요. 어떤 까닭에 아프거나 앓는다기보다 푹 쉬면서 푸른숲에 깃들어 하늘빛을 품을 길이라고 느껴요. 숲을 잊은 서울이기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앓아누워요. 풀꽃나무를 멀리하면서 잿빛으로 뒤덮은 터전이니 돌봄터(병원)를 아무리 높이 세우고 돌봄이(의사·간호사)가 수두룩하더라도 자꾸 자주 앓게 마련입니다. 햇볕을 쬐고 빗물을 마시고 바람을 머금기에 풀꽃나무가 아름답고 푸르게 자란다면, 사람도 해바람비를 물씬 맞아들일 적에 튼튼하겠지요. 풀빛이랑 파란하늘을 등지기에 두려움싹이 트는구나 싶어요.
돌림앓이 (돌다 + ㅁ + 앓다 + 이) : 곳곳에서 돌아가며 아프거나 앓는 일. 돌거나 번지거나 퍼지는 아픔·앓이. 두렵게 여기는 탓에 자꾸 빠르게 돌거나 번지거나 퍼지며 아프거나 앓는 일. (= 나란앓이. ← 감염병, 전염병, 역병, 유행병, 팬데믹)
나란앓이 : 곳곳에서 나란히 아프거나 앓는 일. 나란히 번지거나 퍼지는 아픔·앓이. 두렵게 여기는 탓에 자꾸 빠르게 나란히 번지거나 퍼지며 아프거나 앓는 일. (= 돌림앓이. ← 감염병, 전염병, 역병, 유행병,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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