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5.


《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유창민 글, 부크크, 2021.9.23.



전남 고흥에 마을책집이 열었다. 3월 1일에 열었기에 그날 찾아가 보려 했으나 집살림부터 건사하느라 오늘 틈을 낸다. 고흥읍으로 시골버스를 타고 가서, 도양읍(녹동)으로 건너간다. 바닷바람을 실컷 맞으면서 〈더바구니〉로 걸어간다. 책집지기님은 마을 어린이하고 어울리는 길을 꾸준히 걸어오다가 책집으로 살며시 거듭나셨구나 싶다. 배움책(교과서·참고서)이 아닌 삶책을 들여놓는 첫 고흥책집이라 할 텐데, 고흥 이웃님부터 이곳을 눈여겨보기를 바라고, 녹동바다로 마실하는 길손도 살며시 들를 수 있기를 빈다. 책집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닷가에 이른다. 녹동바다는 풍덩 뛰어드는 바닷가는 아니고, 늘 찰랑거린다. 오던 길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가니 해가 똑 떨어진다. 《끝에서부터 시작합니다》는 부산 보수동 〈파도책방〉 지기님이 쓴 책이다. 모든 책이며 글에는 지은이 삶이 그대로 흐른다. 날마다 물결을 치는 눈빛이 감돌고, 하루하루 이 너울결을 다독이는 손빛이 맴돈다. 꽃이 피고 져야 씨앗을 맺고, 씨앗을 맺어야 새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꽃으로 핀다. 돌고도는 길이 아닌, 새롭게 나아가는 살림이다. 푸나무는 해마다 잎을 떨구어 둘레 흙을 까무잡잡하게 북돋우고, 사람은 오늘을 가꾸어 모레를 기쁘게 맞이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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