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3.


《열두 살 해녀》

 김신숙 글·박둘 그림, 한그루, 2020.8.27.



오늘은 모과나무를 옮겨심는다. 아홉 해쯤 앞서 감나무 곁에서 가지를 못 뻗는 석류나무를 너른 자리로 옮겼는데, 이때 옮긴 곳 옆에 조그마한 나무가 있었다. 그때에는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는데 아홉 해 즈음 지나고 보니 굵다란 모과나무로 뻗었다. 처음에는 혼자 뿌리를 캤고, 이내 작은아이가 알아채고서 거들고, 이윽고 곁님하고 큰아이도 알아보고서 돕는다. 옮겨심을 적에는 구덩이를 똑같이 둘 파는 셈이라 힘이 곱으로 든다. 봄볕하고 봄바람을 누리면서 삽질에 호미질을 한다.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파다가 더 깊이 팔 수 없을 즈음 톱으로 자른다. 모과나무 뿌리를 캘 일이 여태 없었으니 몰랐을 텐데, 호미나 삽으로 뿌리를 스칠 적마다 해맑으며 달달한 내음이 훅 끼친다. 이토록 달며 싱그러이 냄새가 퍼지는 뿌리가 있던가? 저녁에 서울 손님이 찾아온다. 이야기꽃을 늦도록 편다. 《열두 살 해녀》를 돌아본다. 늙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이야기로 엮은 노래꽃(동시)이다. 나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물려받았을까? 오늘 우리 아이들은 나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이어받을까? 함께 짓고 같이 돌보고 서로 아끼면서 나누는 손길이 모이면 저절로 이야기밭을 이루지 싶다. 이야기는 참말 먼데에 있을 까닭이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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