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


《갈등 해결 수업》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1.10.29.



밤에 비가 가볍게 뿌렸다. 가문 땅을 적시지는 못하지만, 겉흙은 촉촉해 보인다. 이마저 낮이 되니 다 마른다. 죽음거름을 잔뜩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이웃집 밭은 ‘흙빛’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허여멀겋다. 우리 집 뒤꼍이나 옆마당 흙은 까무잡잡하다. 비가 안 오고 가물어도 까무잡잡한 우리 집 흙하고, 비가 와도 이내 허여멀겋게 드러나는 이웃집 밭흙은 확 다르다. 숲에 거름을 주는 사람은 없다. 가랑잎이며 숲짐승 똥오줌이며 풀벌레 주검이 모두 거름이다. 숲흙은 오래 가물어도 까무잡잡하다. 우리가 이 얼거리를 앞으로도 안 읽고 ‘죽음거름(화학비료)·죽음물(농약)·비닐·틀(농기계)’에 얽매인 길로 간다면 ‘농업’은 하겠으나 ‘흙살림’하고는 동떨어질밖에 없다. 《갈등 해결 수업》은 줄거리가 알차다. 이런 이야기를 배움터에서 펴고 듣고 배울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그런데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 ‘꼬인 실타래 풀기(갈등 해결)’를 하는 일은 ‘안 나쁘지’만, 정작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기울일 대목은 ‘스스로 슬기롭게 사랑하는 살림을 가꾸고 지으면서 나누는 삶’이리라 본다. 다투니까 다툼을 풀기도 해야겠는데, 처음부터 사랑이 없는 마음밭에서는 다툼만 불거지지 않을까? 사랑부터 나눠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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