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3 같으며 다른



  갈수록 예전에 산 책을 다시 사곤 합니다. 예전에 산 책은 예전에 읽은 책이니, 집에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어 읽어도 됩니다만, 굳이 같은 책을 새로 삽니다. 예전에는 주머니가 몹시 홀쪽했기에 새책을 살 밑돈이 너무 적어 헌책집을 돌면서 가장 허름한 책을 가장 값싸게 사는 길로 책읽기를 했습니다. 가난하면 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으면 된다고 하는 분이 많으나, 한벌읽기 아닌 열벌읽기나 거듭읽기를 하려면 책숲을 오가는 틈마저 아깝습니다. 책숲에 없는 책도 많아요. 나달나달하지만 알맹이는 얼마든지 읽을 만한 넝마라 할 책을 값싸게 사읽으면서 ‘책은 껍데기 아닌 속살을 읽는다’고 되뇌었어요. 추위에 손이 얼고 더위에 땀이 쏟아져도 ‘책은 날씨 아닌 마음으로 읽는다’고 되새겼고요. 예전에 장만해 읽은 책을 요새는 깨끗한 판으로 되사곤 하는데,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가 같은 두 책이라기보다 ‘마주하는 이야기가 새로운’ 둘이라고 느낍니다. ‘종이에 찍힌 글씨’를 넘어, 오늘 새롭게 보면서 가꿀 숨빛을 이 책에서 새삼스레 받아들이는구나 싶어요. 지난날에는 지난날대로 ‘종이에 찍힌 글씨에 서린 숨결과 이야기’를 만났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록새록 ‘숨결과 이야기’를 누리려고 ‘같으면서 다른’ 책을 쥡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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