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22.


《적》

 다비드 칼리 글·세르주 블로크 그림/안명 옮김, 문학동네, 2008.7.25.



겨울이 저문다. 처마 밑을 지나 마루까지 뻗던 햇살이 어느덧 처마 밑에서 끝나고, 새벽이 조금씩 일찍 열며 저녁이 차츰 늦도록 밝다. 겨울 막바지 추위가 흐른다. 올겨울은 얼마나 얼어붙었나 하고 돌아본다. 요 몇 해를 살피면 가볍게 지나가는구나 싶다. 후박나무 밑에 선다. 우듬지를 올려다본다. 후박나무는 밑동부터 우듬지로 뻗는 줄기 둘레에는 잎을 내지 않는다. 가지를 길고 넓게 뻗으며 바깥으로만 잎을 낸다. 나무 품에 안기듯 줄기 곁에 서면 아늑하다. 아무 바람을 느끼지 않는다. 후박나무는 이런 결이기에 바닷가에서 자라며 살림집 바람막이 노릇을 해주는구나. 옆집에서 함부로 태우는 비닐·플라스틱·농약병 쓰레기가 우리 집으로 자주 날아온다. 마을 앞에 비닐을 비롯해 쓰레기를 모으는 곳이 있는데, 그냥 태운다. 《적》을 새로 장만했다. 작은아이는 이 그림책에 흐르는 줄거리나 그림이나 이야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한다. 누가 ‘놈’일까? 우두머리는 거드름을 피우는 손가락으로 밑사람을 부린다. 수수한 사람들(백성·민중)은 총알받이가 된다. 미워할 까닭이 없는 이웃하고 총부리를 맞대야 하는 들꽃사람을 죽음터로 내모는 우두머리야말로 ‘놈’이리라. 사람을 죽인 보람을 가슴에 붙이는 이들이 바로 ‘놈’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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