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1 부채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두니, 어디 가서도 딱히 보임틀을 쳐다볼 마음이 없어요. 보임틀을 꼭 봐야 한다는 이웃이 있으면 뭘 그렇게 들여다보나 궁금해서 이때 비로소 보임틀을 구경합니다. 집에 바람날개(선풍기·에어컨)를 안 둡니다. 한여름에 더워서 어찌 사느냐고 걱정하는 이웃이 많은데 “집을 나무로 둘러치고 들풀이 신나게 자라면 시원해요. 나뭇잎하고 풀잎이 햇볕을 받아들이면서 싱그러이 바람을 일으킨답니다.” 하고 얘기해요. “아직 나무가 우리 시골집을 우람하게 둘러치지 않던 무렵에는 부채를 썼지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버지가 밤새 쉬잖고 바람을 부쳐 주어서 여름을 났어요.” “밤새 부채질을? 힘들지 않아요. 에어컨 들이면 안 힘들 텐데.” “마당하고 뒤꼍이 있는 집을 거느리면서 나무를 사랑으로 돌보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해요. 왜 돈을 들여서 바람날개를 들이나요? 풀꽃나무가 가장 빛나는 바람날개요 포근이랍니다.” 우리가 풀꽃나무를 잊거나 멀리하기에 바람도 우리를 멀리하고, 겨울볕마저 우리를 멀리한다고 느낍니다. 바뀐날씨(기후변화)를 암만 떠들고 책을 읽어도 부질없어요. 마당에 풀꽃나무를 건사하는 숲집을 돌보지 않고서 책이나 글부터 손에 쥐면 거짓말쟁이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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