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7.


《카뮈를 추억하며》

 장 그르니에 글/이규현 옮김, 민음사, 1997.8.30.첫/2020.10.23.고침



아침에 바닷가로 다시 나온다. 밤에는 불빛에 막혀 바다빛이 가렸다면, 낮에는 잿빛집이 모래밭을 둘러싸서 바다빛이 죽는다. 적어도 바닷가부터 100미터 사이에는 어떤 잿빛집도 못 올리게 해야지 싶다. 바닷사람으로 수수히 살아가며 짓는 나무집이라면 얼마든지 지을 만하되, 스무칸이나 마흔칸씩 껑충 띄우는 잿빛더미를 바닷가에 때려박으면 바다가 죽어버린다. 아침에 〈고서점〉에 들르고, 보수동으로 건너가서 〈낭독서점 시집〉 앞에 섰으나 아직 여는 때가 아니다. 〈파도책방〉을 찾아간다. 작은아이는 이곳에 마실하던 어린 날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백경〉까지 들를까 하다가 고흥으로 돌아간다. 바깥마실을 반기는 작은아이인데 하룻새 열 시간 넘게 버스로 움직이는 길은 속이 쓰리고 고단하구나 싶다. 등을 살살 토닥이고 쓰다듬으면서 마음노래를 들려주었다. 《카뮈를 추억하며》를 되읽었다. 스무 살 첫머리에 읽을 적에는 시큰둥했고, 쉰 살을 앞두며 되읽자니 ‘글동무·마음동무’라는 얼거리를 얼핏 느낀다. 동무는 나이를 안 가린다. 동무는 겉모습을 안 따진다. 동무는 말씨나 몸짓을 안 쳐다본다. 동무는 오직 마음빛을 바라보면서 포근하게 기대거나 받쳐주면서 함께 노래하고 놀며 즐거이 오늘을 누리는 사이일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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