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27.
숨은책 640
《온다는 사람》
엄승화 글
청하
1987.11.20.
2008년에 큰아이를 낳았습니다. 큰아이는 갓난쟁이일 적부터 그무렵 살던 인천 배다리 하늘집(옥탑방) 건너켠에 있던 〈아벨서점〉 할머니하고 어울리며 책집을 놀이터로 누렸습니다. 터전을 시골로 옮겨 책집 할머니는 큰아이를 거의 못 보다가 열다섯 살에 이른 2022년 2월 끝자락에 인천마실을 하며 몇 해 만에 얼굴을 보이고 저녁을 나눕니다. 이 틈에 책시렁을 둘러보다가 《온다는 사람》을 들추니, 속에 “이 책은 판매할 수 없음”이란 붉은글이 찍혀요. 처음 헌책집을 다닌 1992년부터 ‘청하’ 책은 으레 이런 붉은글이 찍힌 채 나돌았습니다. 마을책집에서 안 팔려 되돌리고서(반품) 버린(폐기) 책을 종이무덤(폐지처리장)에서 건져내어 다루던 자국입니다. 뒤쪽에는 팔림쪽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이 자취를 갈무리하려고 장만하자니, 책집 할머니가 “이분 시집 잘 안 나오는데.” 하셔요. 누구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엄승화 님이 쓴 〈풍금을 놓아두었던 자리〉, 〈해변의 의자〉라는 노래(시)를 신경숙 글바치가 슬쩍 훔쳐 1992년에 소설에 글이름으로 붙여서 한때 말밥에 올랐으나 글힘꾼(문단권력자)이 떼로 감싸면서 어영부영 넘어갔다더군요. 노래책 하나를 남긴 분은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조용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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