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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떠나요 ㅣ 딱따구리 그림책 32
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1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2.25.
그림책시렁 914
《지금, 시간이 떠나요》
베티나 오브레히트 글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다산기획
2022.1.30.
나흘쯤 앞서 잇몸이 조금 붓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살이 돌면서 목소리가 안 나오고 호되게 앓았습니다. 이불을 덮고도 떨다가, 땀을 후줄근히 쏟다가, 허리가 결려 일어나고 앉다가, 별바라기하고 바람바라기를 하다가, 큰아이가 그린 딱새 그림을 보다가 생각합니다. 몸을 너무 쓴 탓에 앓는다고도 하지만, 한결 튼튼히 살아가려고 실컷 앓지 싶어요. 나비·풀벌레는 허물벗기를 하며 새몸으로 간다면, 사람은 앓으면서 눈부신 몸으로 깨어나지 싶습니다.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알·알다(알맹이·씨앗)’하고 ‘앓다’는 말밑이 같습니다. 옛틀이나 껍데기를 스스로 벗어야 태어나듯 알아차리니, 신나게 앓으면 신바람으로 살아가는 길로 갑니다.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펴면 아이가 집 안팎에서 마주하는 ‘바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동안 허둥지둥합니다. 어른이나 언니는 왜 이리 바빠야 하고, ‘하루죽이기’를 왜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왜 더 빨라야 하고 더 벌어야 할까요? 오늘은 언제나 오늘 하루뿐입니다. 똑같은 날은 없고, 똑같은 일이 없으며, 똑같은 길조차 없어요. 오늘, 여기에서, 하루를, 스스로 눈뜨며 바라본다면 누구나 햇살노래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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