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2.22.
오늘말. 찬눈
추우니 겨울입니다. 더우니 여름입니다. 새로우니 봄이고, 익으니 가을입니다. 철은 천천히 흐릅니다. 찬찬히 둘레를 볼 줄 안다면 철맞이를 반기고, 철을 따라 차곡차곡 살림을 가꿉니다. 삽차로 부릉부릉 파헤치는 사람은 호미로 콕콕 쪼는 사람을 곧잘 비웃습니다. 그런데 삽차질을 하는 이한테는 노래가 없어요. 시끄럽고 기름내음을 풍기는 쇳덩이를 몰 적에는 스스로 차가운 얼음장이 되고 말 뿐 아니라, 철마다 새롭게 찾아드는 멧새나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모두 가로막아요. 호미로 느긋이 콕콕 쪼면서 콧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은 빨리 자라야 하지 않습니다. 빨리 심어 빨리 거두려 한다면 땅부터 괴롭습니다. 왜 빨라야 할까요? 빠르기는 시큰둥히 내려놓고서, 시시한 삽차는 치우고서, 사람다운 손길로 온누리를 돌보기를 바라요. 더 빨리 가려 하기에 이웃을 이기죽거려요. 더 많이 얻으려 하기에 동무한테 매몰차요. 달달히 먹는 꽈배기가 아니라면 꼬지 마요. 얼쑤 노래하고 춤추는 길이 아니라면 걷어내요. 찬눈한테는 휘파람이 없습니다. 무쇠낯한테는 춤노래가 없습니다. 우우거리는 손가락질을 녹이면서 봄맞이꽃이 활짝활짝 웃습니다.
ㅅㄴㄹ
차다·차갑다·춥다·겨울·서늘하다·얼음·얼음장·싸늘하다·쌀쌀하다·쌀쌀맞다·찬눈·찬웃음·비웃음·웃다·빈정대다·야멸지다·무쇠낯·무쇠탈·쇠낯·쇠탈·까다·까대다·꼬다·꽈배기·비꼬다·비아냥·아니꼽다·이기죽대다·지껄이다·종알거리다·매몰차다·마음없다·뚝뚝하다·무뚝뚝하다·사람답지 못하다·사람같지 않다·시들대다·시시하다·시답잖다·시큰둥하다·식다·심드렁하다·큰소리·한소리·얼쑤·놀리다·혀를 내밀다·휘파람·손가락질·우우거리다 ← 냉소(冷笑), 냉소적, 냉소주의, 시니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