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


《호야의 고발》

 이종진 글·그림

 (사)한국안보교육협회·형문출판사

 1980.6.20.



  부산 ‘동현국민학교’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 ‘1982년 9월 1일. 2767’라는 이름을 달고 들어간 책이 있습니다. “반공 윤리교육 만화”라고 하는 《호야의 고발》입니다. 1982년은 제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들어간 해예요. 저는 이 책을 부산 〈연산헌책방〉에서 만났는데요, 책꽂이에서 책등을 보자마자 번쩍 옛일이 떠오르더군요. 서른 몇 해를 한달음에 가로지르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건너뛰면서 지난 1982년 어느 날 배움터에서 반공만화를 돌려읽고서 반공웅변을 해야 하던 일이 화라락 춤을 춥니다. 그림꽃(만화)이니 신나게 읽기는 했으나 섬찟했습니다. 꿈에서까지 섬찟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지난날 어린배움터는 이름이 아닌 ‘1번부터 60번’까지 줄줄이 앞으로 나오라고 시켜서 모두 반공웅변을 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한 사람이 적어도 5∼10분을 외쳐야 했는데요, 이런 짓을 하느라 하루를 온통 보낼 뿐 아니라, 이튿날에도 반공웅변을 마치지 못하면 또 하루를 썼습니다. 그무렵 길잡이(교사)는 웅변 솜씨를 출석부에 적으며 값(점수)를 매겼고, ‘반 대표’를 거쳐 ‘학년 대표’를 지나 ‘학교 대표’까지 뽑았어요. 지난날 반공만화를 그리고 펴내며 웅변·그림·쪽글·느낌글을 바치게 한 이들은 오늘 무엇을 할까요.


ㅅㄴㄹ


학급 대표로 뽑혀
아침모임(일일조회)을 하는 
운동장 구령대에 올라
반공웅변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대표로는 안 뽑혔으니
그나마 겨우 살았다고 숨돌리던
지난날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얼마나 싫고 힘들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