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74 하루글
하루를 그리면서 여는 새벽은 뜻깊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는지 스스로 그리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짓기 마련입니다. 하루를 누리고 짓는 아침이며 낮은 뜻있습니다. 새벽에 그린 밑틀을 되뇌면서 스스로 놀고 일하고 쉬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는 저녁이나 밤은 매우 값집니다. 새벽·아침·낮·저녁을 지나 밤에 이르도록 보낸 오늘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어떠한 마음이었고 생각이었나를 새기지요. 이리하여 ‘하루쓰기(일기)’는, “오늘을 스스로 생각하며 살림한 삶을 사랑하려고 쓰는 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하루를 남기는 글”이라고만 하기에는 모자랍니다. “스스로 즐겁게 지으면서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새롭게 돌아보면서 사랑으로 남기는 글”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발자국(역사)을 남기려고 하루쓰기를 하지 않아요. “곧 어제가 될 오늘을 사랑하려고 쓰는 글”이 되도록 하루쓰기를 한다고 봅니다. 어린이한테 이렇게 알려준다면 참말로 즐거이 하루쓰기를 하지 않을까요? 어른한테도 이처럼 들려준다면 어린이 곁에서 함께 하루쓰기를 하지 않을까요? 하루쓰기를 하는 뜻을 짚어낸다면, 이렇게 하루하루 이야기를 스스로 쓰는 눈썰미가 모여 새글을 엮고, 낱말책을 여미는 숨결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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