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15.

숨은책 631


《차개정잡문》

 로신 글

 연변인민출판사

 1976.12.



  2005년에 중국 연길시에 갔을 적에 길거리책집에서 《차개정잡문》을 만났어요. 중국한겨레(조선족)는 길바닥 책장사를 안 한다더군요. 남녘으로 건너가면 목돈을 벌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라지요. 한글책을 파는 중국사람은 ‘모처럼 한글책이 팔려’ 이 책 저 책 보여주면서 한몫에 싸게 가져가라고 손짓했습니다. 남녘에서 나도는 흔한 소설책을 빼고 몽땅 장만하니 두 손으로 가득했습니다. 며칠을 연길시 골목골목 거닐었는데 길장사도 책집도 모두 중국사람입니다. 우리는 돈만 잘 벌면 될까요? 잔뜩 번 돈은 어디에서 어떻게 쓸 셈일까요? 손때가 짙게 밴 《차개정잡문》 뒤쪽에는 ‘연길시 신화서점 留念’ 같은 글씨가 찍혔습니다. 중국말 ‘유념’은 우리로 치면 ‘드림책’에 찍는 글씨이지 싶습니다. 로신(노신·루쉰) 님은 앞길을 읽으며 오늘과 어제를 새롭게 새기는 글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온나라를 바보로 만들려면 “책집을 밟으면 된다”고 읊은 말은 참으로 옳아 슬픕니다.


“서점을 억압하는것은 그야말로 제일 좋은 전략이다 … 일본은 워낙 계급투쟁을 말하지 못하게 하지만 세계상에 계급투쟁이 없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상에 계급투쟁이란것이 존재하지 않는데 모두 맑스가 날조해낸것이므로 그를 금지하는것은 진리를 수호하기 위함이라는것이다. (186, 187∼188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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