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마크 포사이스 글/홍한결 옮김, 윌북, 2020.9.14.
설날이다. 조용하게 시골집에 머문다. 이쪽 집에도 저쪽 집에도 안 간 지 꽤 된다. 언제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다녀왔는 지 생각도 안 난다. 설이나 한가위는 모처럼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꽃을 펴는 자리일 수 있으나, 아직 이런 살림으로 가자면 제법 먼 우리나라이지 싶다. 굴레나 틀이 아닌 ‘보금자리’나 ‘둥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앞길이 캄캄하리라.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을 곁님한테 건네려고 장만했는데, 곁님이 죽 읽고는 재미없다며 돌려주었다. 글쓴이가 펴는 생각이 틀리거나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곁님이 궁금하게 여기는 영어하고 아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곁님한테서 돌려받은 책을 곰곰이 읽고 보니 우리말이 걸어온 길을 살피는 나로서도 몹시 따분했다. 그런데 이런 책이 우리말로 나오고, 꽤 팔리는구나. 하긴. 나는 우리나라 연속극·영화를 하나도 안 보지만 둘레에서는 흔히 보더라. 우리 집은 ‘오징어게임’이고 ‘넷플릭스’이고 안 쳐다보는데, 둘레에서는 참 흔히 보더라.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누구한테 찾아가지도 않는 조용한 설날이다. 나는 설날이면 책집마실을 하면서 고요히 생각밭에 잠기기를 즐긴다만, 시골에서는 그냥 가만히 별바라기에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지낸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