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9.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글/박찬원 옮김, 문학동네, 2020.1.8.



조용히 쉬면서 해를 본다. 오늘치 일을 신나게 하고서, 집안일을 기쁘게 하고서, 마당으로 나와 구름을 본다. 바깥마루에 누워 해를 쬐고 바람을 마신다. 저녁에는 가만히 별을 그린다. 날마다 빼곡하게 숱한 말을 갈무리하는 말꽃짓기(사전편찬)를 하노라면 머릿속은 온통 낱말춤이라 할 테지만, 가벼이 해를 보고 풀잎을 쓰다듬고 나무한테 기대어 바람을 쐬노라면 훌훌 날아가서 호젓하다. 낱말책은 ‘글을 담는 꾸러미’가 아닌 ‘말을 담는 꾸러미’이다. 여태까지 숱한 사람들(글바치)은 오직 ‘글만 쳐다보면서 낱말책을 엮었’는데, 이러다 보니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갈고닦으면서 펴고 나누는 길하고 동떨어졌다. 《작은 것들의 신》을 되읽었다. 2000년에 처음 읽다가 “아, 뭔 글을 이렇게 어렵게 옮겨?” 하고 한숨을 쉬고는 내려놓았다. 스물두 해가 지난 오늘 새 옮김판으로 읽으면서도 한숨은 새삼스러웠다. ‘작은이 하느님’은 무엇일까? 무엇을 작거나 크다고 가르는가? 누가 크고 누가 작은가? 살섞기하고 사랑은 어떻게 다른가? 마을하고 서울은 어떻게 등지는가? 무엇이든 꾸미다 보면 속빛하고 멀다. 가꾸고 돌보면서 고이 안는 숨빛이기에 비로소 환하게 퍼지는 삶을 노래하리라. 묵은책은 이제 굳이 들추지 말자.


#TheGodofSmallThings #ArundhatiRoy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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