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6.

숨은책 623


《새삼스런 하루》

 문익환 글

 월간문학사

 1973.6.1.



  모든 책은 돌고돕니다. 풀꽃나무가 숲에서 일으킨 바람이 푸른별을 돌고돌듯,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로 엮은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돌면서 새롭게 읽히고 이야기를 남깁니다. 늦봄 문익환 님이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넨 책을 곧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아마 꽤 많이 건네주신 듯하고, 이녁한테서 책을 받은 분은 다시금 다른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네었지 싶어요. 《새삼스런 하루》는 1973년 6월 1일에 나왔다는데, 안쪽에 “千祥炳 선생님께 73.6.1. 지은이 드림”이란 글씨가 있고, 몇 쪽을 넘기면 “73년 6월 18일 서울 상계동 우체국 최성섭”이란 글씨가 있습니다. 문익환·천상병·최성섭으로 이으며 읽혔구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2006년에 어느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2006.7.4.” 하고 새롭게 글씨를 남겨 보았습니다. 서른세 해를 흘러 새 손길을 맞아들인 자국 곁에는 앞으로 또 이 책을 읽을 뒷사람 손글씨가 남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읽고서 저희 손글씨를 몇 마디 남길 만하고, 그 뒤를 이어 새로 누가 읽고서 또 몇 마디를 손글씨로 남길 만합니다. 모든 책은 읽히면서 빛납니다. 살림숲(박물관) 보임칸(진열장)에 들어가도 안 나쁘지만, 모름지기 책은 손때를 타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