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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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푸른책 2022.2.4.

만화책시렁 399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11.15.



  서울·큰고장을 떠나 시골·두메·숲·바다를 안으며 살아가려 하는 사람한테 대뜸 “왜 이런 구석으로 와? 이런 밑바닥 말고 서울에서 버티면 되지 않아?” 하고 묻는 분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묻는 분으로서는 ‘서울을 골라서 살아가는 길’뿐 아니라 ‘시골을 골라서 살아가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아예 없어요. 그도 그럴 까닭이 마을·배움터·나라 모두 ‘서울로 가야 뜻을 이룬다(성공)’고 여깁니다. 돈이 되고 이름을 팔고 힘을 쥐는 틀이 아닌, 삶을 바라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는 길을 고른다고 할 적에는 “자네 돈 많은가? 배부른가 보이?” 하고 핀잔하거나 비웃는 분도 많아요.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빙그레 웃으며 “전 배가 안 고픈걸요. 하루 한끼만 먹고 곧잘 굶으며 즐거워요.” 하고 대꾸합니다. 《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3》을 읽으며 뒷걸음을 기다립니다. 석걸음에 이른 그림꽃은 ‘외딴섬’이라는 곳에 ‘아버지랑 아들’만 외딴집에 깃들어 구멍난 지붕을 안 고치면서 별바라기를 하며 ‘서울(도쿄)하고 사뭇 다른 하루’를 누리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갇힌 틀’에서 ‘어버이랑 아이’ 사이인데에도 말을 나눌 틈이 없는 삶을 바라지 않아요. 느긋이 바다를 품는 하늘빛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시부야의 스크럼블 교차로에서 다들 물고기처럼 용케도 부딪히지 않고 걷고 있더라고. 이 섬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곳인데, 도쿄는 나를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 곳이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어. 난, 그 사람의 파도가 바다만큼 무섭다고 생각했지.” (51쪽)


“머리 스타일 같은 거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지. 뭐, 어찌 되든 상관없긴 해. 문제는 그 사람의 속이야. 하지만 사람의 속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 그리고 속알맹이는 자기 자신에게 제일 안 보이지. 머리를 스스로 자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133쪽)


“그 녀석, 말을 못 해. 말을 꺼내는 데 엄청 용기가 필요한 것 같더라. 하지만 언제나 무지무지 눈을 빛내면서 즐거운 듯 웃지. 내가 그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뿐인데도, 난 자신에 대해 얘기를 하는 타입이 아닌데.”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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