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2.
숨은책 618
《現代韓國新作全集 5 長詩·詩劇·敍事詩》
김종문·홍윤숙·신동엽 글
을유문화사
1967.12.25.첫/1971 .5.25.재판
신동엽 노래책을 자꾸 사서 둘레에 건네고 되읽는 모습을 지켜본 헌책집지기가 어느 날 “자네 신동엽을 좋아하나? 허허, 그러면 삼만 원만 있으면 더 귀한 책을 살 수 있는데?” 하고 물으십니다. 귀가 솔깃하지만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한 달 31만 원을 벌어 15만 원을 목돈으로 붓는 살림인 터라 빠듯합니다. “3000원 아닌 300원이 모자라 라면 하나를 외상으로 달아서 사는걸요.” “허허, 다른 책 안 사면 《아사녀》를 살 수 있는데? 나중엔 돈이 있어도 못 살걸?” 어느 분이 《님의 침묵》을 보여준 적 있어 만져 보기까지 했습니다만 끌리지는 않았습니다. 첫판을 쥐면 뿌듯할 터이나, 가난살림에 책값은 늘 힘에 부쳤고, 헌책집에서 가장 낡은 판으로 골라 가장 싸게 장만하며 알맹이만 읽던 나날입니다. 《現代韓國新作全集 5 長詩·詩劇·敍事詩》는 서울 ‘경성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있다가 버림받습니다. 빌린이가 없었겠지요. 배움책숲에서 빌린이가 없어, 버린 책은, 가난한 책벌레한테 아주 반가운 빛줄기입니다. 알아보지 못한 채 쉰 해를 잠들었기에 헌책집에서 건사하거든요. 〈금강〉을 처음 실은 책을 쓰다듬습니다. 먼지를 고이 닦습니다. 한 줄 두 줄 새삼스레 되읽습니다. 모든 책은 새로 빛나려고 잠들어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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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