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2.

숨은책 617


《마음의 양식 제1·2·3집》

 전윤수 엮음

 국방부

 1983.7.



  싸움터(군대)로 끌려가면, 먼저 닦음터(훈련소)에서 달포쯤 머물며 밑길(기본훈련)을 배워야 합니다. ‘앉아·일어나’를 시키는 대로 빨리 해애 하고, 한 사람이라도 어긋나면 두들겨맞고 얼차려를 받습니다. ‘왼·오른’으로 꺾으면서 걷기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며,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또 두들겨맞고 얼차려입니다. 닦음터는 모든 젊은 사내가 ‘나’를 잊어버리고 허수아비로 가도록 다그칩니다. 이러다 해날(일요일)을 맞이하면 절집 세 곳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기독교·천주교·불교 가운데 기독교는 초코파이를 주고 다른 두 곳은 맨입에 얌전히 한나절을 앉아 ‘거룩글(경전) 듣기 아닌 빨갱이 때려잡기’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아무도 안 믿는다(무교)”고 밝히면 한나절 삽질(사역)을 시킵니다. 어디로 가나 고달프나, 차라리 삽질을 하면 골아픈 수다굴레(사상교육)에 시달리지 않는 셈이에요. 《마음의 양식》은 닦음터 모든 절집에서 쓰던, 달포를 지나 자리를 잡으면(자대 배치) 멧골짝에는 절집이 없으니 해날뿐 아니라 툭하면 수다굴레로 머리에 “이웃을 미워하고 죽여라” 하고 길들이며 쓰던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총칼을 비롯해, 허울뿐인 마음밥(마음의 양식)도 어깨동무(평화·민주)랑 한참 멉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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