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2.1.

오늘말. 어른올림


문득 하나를 맞추면 신나서 아직 설익은 주제에 답치기로 나선 적 있어요. 넘겨짚는 얕은 생각을 듣던 동무가 부드러이 다독이면서 나부대지 말라고 속삭입니다. 철없는 마음에 툴툴거리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확 붉히고 입을 다물기도 합니다. 서두르다가는 될 일조차 그르칩니다. 돌머리인 탓에 그르치지 않아요. 달려드니까, 막하니까, 덮어놓고 춤추니까 그르쳐요. 영어 ‘레임덕’을 꽤 오래 들었으나 굳이 말뜻을 찾을 생각이 없었어요. 시골사람한테는 삶하고 동떨어진 말이니 굳이 알 까닭마저 없어요. 시골사람은 ‘벌레받이꽃’하고 ‘바람받이꽃’을 살핍니다. 시골사람은 ‘숲꽃·들꽃·마을꽃’에 ‘봄꽃·겨울꽃’을 들여다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오리가 절뚝거린대서 ‘레임덕’ 같은 낱말을 지어요. ‘절름오리·흔들오리’인 셈인데, 좋거나 나쁘게 가르는 뜻이 아닌, 뒤뚱거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말씨예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른올림’을 “갓을 쓰다”나 “상투를 틀다”나 “비녀를 꽂다”나 “쪽을 찌다”라는 말마디로 넌지시 나타냈습니다. 어른길이란, 자르지 않되 이슬받이처럼 살며시 앞서가는 몸짓입니다.


ㅅㄴㄹ


어른길·어른올림·갓쓰기·상투틀기·비녀꽂기·쪽찌기 ← 관례(冠禮)


바람받이·바람받이꽃·바람꽃 ← 풍매화


서두르다·섣불리·덮어놓고·넘겨짚다·생각·여기다·생각없다·얕다·멋모르다·짧다·멍청하다·바보·철없다·답치기·돌머리·어리석다·함부로·아무렇게나·마구·막하다·들이대다·나대다·나부대다·나서다·앞서가다·달려들다·치닫다·자르다·잘라말하다 ← 속단(速斷)


절다·절뚝거리다·절름거리다·절름발·절름발이·삐거덕·삐걱·비틀·흔들리다·절름오리·흔들오리·뒤뚱거리다·되똥거리다·뒤뚱발이·되똥발이 ← 레임덕(lame 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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