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71 몸
견디기 힘들다고 느낀 그때 그곳에서 어떻게 견디었는가 하고 이따금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둘레에서 나이 있는 사람들이 어린(여덟∼열세 살) 저한테 엉큼짓(성폭력)을 일삼던 때에 어떻게 견디었는지, 사내라면 끌려갈밖에 없는 싸움판(군대)에서 높이(계급)를 밀어붙이면서 똑같이 엉큼짓(성폭력)을 해대는 판에 어떻게 견디었는지 돌아보면, 마음속으로 “난 여기에 없어. 이 몸은 내가 아니야. 나는 빛나는 넋으로 저 너머(우주)에 있어.” 하고 생각했더군요. 제 몸을 갖고 노는 사람들(성폭력 가해자)은 탈(인형)을 붙잡을 뿐이라고 여겼어요. 싫어하는 일이나 꺼리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낸 사람일까요. 비록 엉큼짓을 견디어야 했어도 이 짓을 모두 녹여서 앞으로 다시 안 일어나도록, 아니 사라지거나 멈추도록 조그맣게 씨앗을 심는 일을 그 어린 날과 젊은 날에 한 셈이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내키지 않거나 못마땅하더라도 억지로 해내야 하던 일이 아닌, 그들(가해자)이 하는 짓이 온누리에서 싹 사라지기를 꿈꾸면서 마음속으로 새빛을 지으려고 했던 작은 몸놀림이었나 하고도 생각해요. 몸에 매인다면 겉모습에 매입니다. 마음을 본다면 마음을 사랑합니다. 말글은 늘 마음에 생각을 심으며 태어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