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비룡소 창작그림책 20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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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26.

그림책시렁 882


《동물원》

 이수지

 비룡소

 2004.8.31.



  아이들하고 짐승뜰(동물원)에 가 볼까 하고 곁님하고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사납게 가둔 곳이 아닌 느슨하게 숲 비슷하게 꾸민 곳을 어림해 보았고, 날을 잡아 가면 되는데, 곁님은 늘 “그래도 가지 말자” 하고 맺었습니다. 우리는 짐승뜰에도 풀꽃뜰(식물원)에도 안 갑니다. “그래도 눈으로 만나고 느끼며 이웃으로 헤아릴 수 있겠지” 하고 여기다가도, 사슬에 갇힌 짐승하고 풀꽃나무를 보러 멀리 다녀오지 말자고, 우리 집에서 만나는 여러 들짐승하고 새하고 풀꽃나무랑 마음으로 사귀기로 했습니다. 풀죽임물을 치지 않고 나무열매나 풀열매도 곧잘 넉넉히 남기기에 온갖 새가 저절로 우리 집으로 찾아들고, 뱀하고 개구리하고 두꺼비도 서로 얼크러져서 지내거든요. 《동물원》을 폅니다. 서울살림 이웃으로서 조그마한 짐승뜰이나 풀꽃뜰이라도 가까이 있기에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면서 놀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온통 잿빛인 서울에 작은뜰이라도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잿빛집(아파트)도 잿빛우리도 사슬입니다. 며칠을 넉넉히 머물며 짐승·풀꽃나무하고 사귈 터는 아니요, 살림집 마당이나 뒤꼍에서 마주하는 이웃도 아니에요. 잿빛은 타고 남아 흙으로 돌아갈 숨결입니다. 서울도 시골도 이제 무지개를 찾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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