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그림책이 참 좋아 64
김성미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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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25.

그림책시렁 883


《인사》

 김성미

 책읽는곰

 2020.2.25.



  어릴 적에 마을에서나 배움터에서나 걸어다니기 벅찼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어른을 만나고, 누구한테나 꾸벅하고서 지나갔어요. 요즘이야 부릉부릉 모는 어른이 많으나, 지난날에는 어른도 거의 걸어다녔어요. 동무하고 걷거나 놀다가 아는 얼굴 모르는 얼굴 모두 꾸벅꾸벅하면서 “아, 어른들은 왜 이렇게 돌아다녀? 집에 가만히 좀 계시지?” 하는 말을 주고받기 일쑤였어요. 어른한테 절을 하면 받는 분이 있으나 안 받거나 지나치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른을 보면 꾸벅꾸벅하는 살림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조촐하고 조그맣게 이룬 마을에서는 서로 어디에 있고 어디를 가는지 헤아리는 뜻이었지 싶어요. 서로 돌보는(돌아보는) 마음입니다. 《인사》를 펴며 ‘꾸벅질·절’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이웃 사이라면 스스럼없이 꾸벅할 테고, 아는 사이여도 반가이 절을 할 테지요. 그렇지만 오늘날 잿빛집에서 만나는 아이어른 사이라면 꾸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만합니다. 아는 집안이 아닌 낯선 아이한테 섣불리 말을 걸거나 절을 했다가 얄궂은 소리를 들을까 걱정할 만하고요. 말을 트면서 마음을 열기에, 가벼운 눈짓도 손짓도 말짓도 고갯짓도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우리 터전은 어떤 살림길로 나아가야 아름다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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