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


《테니스의 왕자 2》

 코노미 다케시 글·그림/조은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0.7.18.



다시 얼어붙는 하루이다. 먼지를 날려 반가운 겨울바람은 꽝꽝 얼린다. 센바람이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벅차다. 그러나 겨울에 이런 얼음바람을 맞으면서 달리기에 온몸이 쩍쩍 얼어붙으면서 새롭다. 《테니스의 왕자》를 스무 해 만에 손에 쥔다. 처음 나올 적에는 테니스를 아예 안 쳐다보았기에 들출 생각조차 안 했다. 오래도록 꾸준히 나온 그림꽃이기에 한 자락쯤 볼까 싶어 첫걸음을 폈고, 꽤 잘 그렸구나 싶어 두걸음 석걸음을 읽어 보는데,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멧길로 간다. 바다를 저을 배가 바다 아닌 멧길을 헤맨달까. 첫걸음만 알뜰히 그려내고 뒷걸음부터는 솜씨자랑하고 다툼질하고 비아냥질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남보다 더 멋지거나 솜씨있게 해내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반드시 남을 이기거나 누르거나 꺾으면서 자랑하는 삶길은 무슨 보람일까. 더구나 이 자랑질은 서른 살을 채 못 넘기기 마련이고, 마흔 살에는 어림조차 없다. 서른 무렵까지는 자랑질로 살다가 그 뒤로는 쭈그러들며 구경하는 길인 셈인가? 이따금 ‘마음’을 짤막하게 담기는 하지만, 바탕은 오직 솜씨자랑으로 물든 《테니스의 왕자》이고 보니 뒷걸음을 읽노라면 자꾸 지친다. 한숨이 나온다. 읽다 멈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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