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9 부정적



  언뜻 보면 어느 낱말은 좀 안 좋아(부정적) 보인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나 모든 낱말은 좋고 나쁨이나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모습·몸짓·생각·마음·느낌·소리·하루를 고스란히 담아서 알려줄 뿐입니다. 어느 낱말이 좀 안 좋다고(부정적) 느낀다면, 우리가 스스로 어떤 낱말을 바탕으로 가리킬 삶을 안 좋게(부정적) 굴리거나 다루거나 억누르거나 짓밟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힌다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절름발이’는 “다리를 저는 사람”을 가리킬 뿐인데, 사람들은 ‘절름발이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놀리거나 괴롭힐’ 뿐 아니라, 생각이 외곬인 사람을 빗댈 적에 써요. ‘외눈’은 그저 “눈이 하나(외)인 사람”을 가리킬 뿐이지만, 이 낱말도 사람들이 얄궂게 빗대는 자리에 씁니다. 모든 낱말은 우리 삶을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습니다. 꾸밈없이(있는 그대로) 담는 말이기에 속내나 민낯이 들키면서 그만 ‘얄궂은 삶’이 아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리는 일이 잦습니다. 다만, 애먼 낱말한테 화살을 돌렸기에 뜻밖에 한결 새롭게 삶을 바라보며 새말을 곱게 짓기도 하지요. 말로 보자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늘 새롭게 스스로 생각을 키우며 나아가는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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