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11.

숨은책 609


《영국 여성 운동사》

 실라 로우버덤 글

 이효재 옮김

 종로서적

 1982.10.30.



  빌리는 책은 깨끗하게 읽고서 돌려줍니다. 곱게 보라고 빌려줄 테고, 속이야기를 고이 새기려고 빌립니다. 손수 건사하는 책은 두고두고 읽을 생각이니 깨끗하게 봅니다. 한 벌 읽고서 더 들출 생각이 없더라도 함부로 굴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책에 글씨도 그림도 밑줄도 빗금도 못 넣었으나, 열네 살에 들어간 푸른배움터부터 배움책에 이모저모 잔뜩 적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 대목을 적노라니 더는 책을 못 빌립니다. 빌려읽다가는 적고픈 대목을 지나쳐야 하거든요.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이 책에 남기고 싶기에 ‘빌리는 책’은 접고 ‘사는 책’으로 돌아섭니다. 《영국 여성 운동사》는 이효재(1924∼2020) 님이 우리말로 옮깁니다. 순이물결(여성운동)을 새롭게 펴려는 뜻으로 선보입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이든 더 옛날이든 요즈음이든, 집일을 않고 아이를 안 돌보는 돌이(남성)는 참 많습니다. 순이 목소리를 귀여겨듣고 보듬는 길이란 돌이도 돌이로서 빛나는 길입니다. 책 안쪽에 “여주에게. 역자. 1983.4월.”이란 글씨가 투박합니다. 책을 받은 ‘여주’ 님은 어떤 삶길을 걸으셨을까요. 메마른 땅에 푸르게 꿈씨를 심는 나날이었을까요. 누구나 집일하고 살림을 함께한다면 사랑스레 어깨동무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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