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81 군대라는 곳



  싸움판(군대)에서 벌어지는 주먹질(폭력) 이야기가 곧잘 불거집니다. 이제는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가는 젊은이가 손전화를 쥘 수 있기에 크고작은 주먹질을 바깥으로 알리기 쉽다고 할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손전화는커녕 공중전화조차 드물고, 대대쯤 가야 겨우 하나 있는 공중전화는 늘 몰래듣기(도청)를 합니다. 싸움판에서 쓰는 모든 글월은 몰래읽기(검열)를 해요. 저는 1995년에 논산훈련소에 들어갔는데, 증명사진을 찍힐 적에 모두 얼굴을 실컷 두들겨맞았습니다. “군인이라면 실실 웃지 말고 눈이 매서워야 한다”면서 “눈에 불길이 타오를” 때까지 패더군요. 훈련소를 마치고 강원도 양구 멧골짝으로 깃드는데, ‘훈련소 주먹질’은 매우 가벼웠네 싶어요. 스물넉 달을 용케 “안 맞아죽고 살아남았다”고, “동성 성폭력을 끝까지 견디며 빠져나왔다”고 돌아봅니다. 싸움판은 모든 주먹질을 물려줍니다. “맞고 시달렸으니 너도 똑같이 때리고 들볶으라”고 시킵니다. “맞은이(피해자)가 때린이(가해자)가 되도록 내몰아 군대폭력이 밖으로 새지 않게 입막음”을 하는 셈입니다. 맞았지만 안 때리고 살아남기란 얻어맞기보다 훨씬 힘들지만, 총칼 아닌 사람빛을 품으면 겨우 버틸 만하더군요. 그곳은 죽음터요 사슬터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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