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곁말 29 무릎셈틀
볼일이 있어 바깥으로 멀리 다녀와야 할 적에 셈틀을 챙깁니다. 자리에 놓고 쓰는 셈틀은 들고다닐 수 없기에, 포개어 부피가 작은 셈틀을 등짐에 넣어요. 영어로 ‘노트북’이라 하는 셈틀을 2004년 무렵부터 썼지 싶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를 그대로 썼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들고다니는 셈틀 = 노트북”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인 이웃나라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더군요. 이름짓기란 수수하고 쉽다고, 이름이란 삶자리에서 문득 태어난다고, 스스로 즐거이 가리키고 둘레에서 재미있거나 반갑다고 여길 이름은 시나브로 떠오른다고 느꼈어요. “최종규 씨도 ‘노트북’만큼은 우리말로 이름을 못 붙이나 봐요?” 하고 묻는 분이 많았는데 빙그레 웃으면서 “음, 얼른 우리말을 지어내기보다 이 셈틀을 즐겁게 쓰다 보면 어느 날 이름 하나가 찾아오리라 생각해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길에서 길손집에서 버스나루에서 셈틀을 무릎에 얹고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아! 나는 이 셈틀을 무릎에 얹어서 쓰네? 다른 사람들도 길에서는 으레 무릎에 얹잖아!” 하고 혼잣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손에 쥐기에 ‘손전화’이듯, 무릎에 얹으니 ‘무릎셈틀’이라 하면 어울리겠구나 싶어요. 책상에 얹는 셈틀은 ‘책상셈틀’이라 하면 어울릴 테고요.
ㅅㄴㄹ
무릎셈틀 (무릎 + 셈틀) : 가볍고 작기에 때로는 접어서 들고 다니다가, 무릎에 얹어서 쓰기도 하는 셈틀. ‘노트북’을 손질한 낱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