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1.5.
오늘말. 슬며시
술을 즐기는 분은 그저 즐거워서도 마시고, 슬퍼서도 마시고, 반가워서도 마시고, 힘들어서도 마십니다. 그저 좋아하기에 슬슬 누리는 술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만히 기쁨술을 나누고 눈물술을 기울여요. 스스럼없이 흐뭇술을 주고받으며 슬며시 아픔술을 홀짝입니다. 잎물(차)을 즐기는 분은 아침에도 마시고 낮에도 마시고 저녁에도 마십니다. 문득 마십니다. 조용히 마시지요. 아름다운 자리를 기리려고 술 한 모금을 한다면 꽃술이라 할 만합니다. 사랑스러운 자리를 빛내려고 잎물 한 모금을 한다면 꽃잎물이라 할 만해요. 즐겁게 먹을 줄 알기에 즐겁게 굶을 줄 압니다. 먹으면서 배가 부르다면, 내놓으면서 속이 가벼워요. 살살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살짝 끊거나 맺으면서 추스릅니다.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기에 좋아요. 빙빙 돌려말하기보다는 가볍게 눙치면서 슬그머니 익살을 곁들인다면 서로 흐뭇하게 어우러지는 자리일 만합니다. 비틀어서 말하니 어려워요. 꽈배기처럼 구니 까다로워요. 대놓고 말할 자리가 있고, 얼핏 에두르면서 들려줄 자리가 있어요. 모두 똑같아야 하지 않습니다. 다 다른 하루를 다 다른 마음으로 비기면서 노래합니다.
ㅅㄴㄹ
가만히·넌지시·문득·조용히·얼핏·얼핏설핏·살며시·슬며시·살살·슬슬·살그머니·슬그머니·살짝·슬쩍·견주다·비기다·빗대다·빙돌다·에돌다·에두르다·그리다·담다·눙치다·꼬다·꽈배기·돌다·돌려말하다·돌리다·둘러말하다·비틀다 ← 환유(換喩), 환유법, 환유적
기쁨술·흐뭇술·기쁘게 마시다·흐뭇이 마시다·꽃술·기리다·기쁘다·반갑다·좋다·즐겁다·흐뭇하다 ← 축배
굶다·끊다·밥굶기·밥끊기 ← 단식(斷食), 금식(禁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