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4.

숨은책 605


《홍이 이야기》

 이승민 글

 박건웅 그림

 새만화책

 2008.4.3.



  요새는 어린이한테 우리 삶과 발자취를 제대로 들려주자고 하는 어른이 꽤 나오고, 이런 줄거리를 다룬 책이 무척 많습니다. 얼핏 반갑다 할 테지만 곰곰이 보면 지나치게 장삿속으로 기운 책이 수두룩하다고 느낍니다. 깊거나 넓게 헤아리지 않은 채 몇 가지 줄거리를 엉성히 짜거나 꾸며서 ‘좋은 인문책’으로 씌우는 책이 물결쳐요. 이제 사라지고 없는 ‘새만화책’이라는 곳은 오직 그림꽃책(만화책)으로 삶·살림·사람을 다루는 길을 걸었고, 박건웅 님한테 《꽃》을 맡겨서 그리도록 했으며, 《홍이 이야기》까지 선보였어요. 총을 든 이는 북녘도 남녘도 똑같다고 하는 속내를 밝혔고, 앙금도 멍울도 미움도 생채기도 싸움질 아닌 꽃 한 송이로 녹여내야 한다는 사랑을 어린이도 알아볼 수 있도록 부드러이 여미었습니다. 글책·그림책·그림꽃책 모두 목소리만 높여서는 줄거리가 외려 바랩니다. 우리 스스로 들끓어 저놈을 똑같이 사납게 두들겨패야겠다는 미움이 불거지도록 그린다면,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끝없이 싸움수렁에 갇히는 갈라치기로 끝납니다. 너무 일찍 펴낸 그림꽃책이라 2008년조차도 못 알아봤다고들 하지만, 눈감은 어른이 가득할 때야말로 ‘제주 4·3’을 그림꽃책을 엮어서 베푼 야무진 ‘새만화책’을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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