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1.4.
숨은책 607
《선택》
새로운인간 기획실 엮음
한마당
1987.11.15.
다스리는 이가 훌륭해야 나라·마을·집이 아늑하다지만, 다스리는 이는 하나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다스릴 노릇입니다. 집은 누가 다스려야 할까요? 사람들이 누구나 흙살림을 가꾸면서 옷·밥·집을 손수 짓던 무렵에는 순이돌이를 안 가리며 함께 집안일을 하고 집살림을 꾸렸어요. 이러다가 ‘나라’란 틀을 세워 돌이가 임금·벼슬아치·싸울아비로 나서면서 집을 다스리는 몫을 오롯이 순이한테 떠넘깁니다. 우리나라 닷즈믄해(오천년)를 돌아보면 나랏일(정치)이 아름답던 때는 하루조차 없다고 느껴요. 이 굴레가 이어서 1987년에 이르고, 총칼을 내세운 우두머리를 들풀물결이 끌어내리고서 새 나라지기를 가리려 했습니다. 《선택》은 ‘김대중·김영삼’ 둘 가운데 한쪽을 골라야 한다고 여기면서 나랏길(국가 정책)을 어떻게 다스리려는가를 묻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나라지기가 엉터리라면 나라가 엉터리가 되기 쉽습니다만, 우리가 스스로 엉터리이기에 나라지기를 아무나 뽑기 쉬울 뿐 아니라, 참다운 목소리를 내거나 참다이 집·마을에서 살림을 함께 짓지 않는다고 느껴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안 대수롭습니다. 어떤 살림을 어떻게 지으려느냐는 생각이 제대로 서야 할 노릇이고, 누구라도 일꾼으로 나서면 됩니다.
ㅅㄴㄹ
누가 나라지기(대통령)여야 할까
하고 따지기 앞서
어떤 길을 세우는
'나'인가부터 보아야 하고
아무 길도 없이
벼슬을 거머쥐려는 이는
다 물리치면
엉터리가 나라지기로 설 일이 없다.
헌법도 인권도 짓밟는 백신패스를
누가 내세워서 밀어붙이는가?
백신패스와 백신을 외친 이들조차
그들 스스로
백신을 안 맞았는데,
이런 엉터리 속임짓을
고분고분 따르는 눈이라면
이 나라는 앞으로도
엉터리가 판치는 길일 테지.
까면 깔수록 허물이 나오는
사람은 이쪽도 저쪽도
걷어치워야
우리부터 스스로 바뀌면서
나라지기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