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7 밑책



  낱말책에는 세 가지를 담습니다. 오늘(걸어가는 길)하고 어제(걸어온 길)하고 모레(걸어갈 길)입니다. 오늘은, 바로 우리 스스로 어떠한 삶이며 이웃은 어떤 삶인가를 읽고서 담아내는 말길입니다. 모레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어떻게 꿈을 지으려는 살림이며 이웃은 어떻게 꿈하고 사랑을 지으려는 살림인가를 그리는 말길입니다. 어제는, 그동안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사랑했으며 이웃은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돌아보는 말길이에요. “오늘 삶”하고 “모레 꿈”하고 “어제 사랑”을 낱말로 읽어내고 말마디(또는 글줄)로 엮기에 낱말책입니다. 이때에 우리가 스스로 쓰는 말씨가 가장 밑바탕인 책입니다. 종이에 적힌 글보다 우리가 입으로 주고받는 말씨를 찬찬히 봅니다. 그런데 말꽃지기(사전편찬자)가 아직 태어나지 않던 무렵이나 살아가지 않은 여러 고장에서 쓰던 말씨는 종이책으로 훑어야지요. 갓 나온 책부터 아스라히 예전에 나온 책까지 차곡차곡 살핍니다. 좋거나 나쁜 책을 안 가립니다. 옳거나 그른 책을 안 따집니다. 모든 자리에서 쓰는 모든 말씨에 흐르는 삶·꿈·사랑을 읽고서 이 ‘말씨앗’을 갈무리한 다음, 아이들이 물려받고 어른들이 물려줄 말빛을 여며요. 새책집·헌책집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읽고 장만하는 나날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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