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28 가만히



  가을볕이란 가만히 지나가면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 같습니다. 가을바람이란 가만가만 흐르면서 어루만지는 숨빛 같습니다. 찬찬히 하루를 짓습니다. 천천히 오늘을 누립니다. 아이하고뿐 아니라 어른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꽃이며 나무하고 말을 나눌 적에도 가만가만 마음을 틔워 생각을 빛냅니다. 찰칵 소리를 내며 어떤 모습을 담는다고 할 적에는, 찍는 쪽하고 찍히는 쪽이 가만히 한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이와 같지요. 글로 옮기는 사람도,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가만가만 한마음으로 노래하기에 새롭게 만날 만합니다. 저는 빨리달리기(단거리경주)를 아주 못합니다. 오래달리기(장거리경주)라면 눈이 초롱초롱해요. 빨리 달리거나 빨리 가거나 빨리 하자면 허둥지둥 힘겨워요. 느긋이 달리거나 느릿느릿 가거나 느즈막이 하자면 빙그레 웃음이 나면서 즐거워서 춤짓으로 거듭나요. 가만히 가고 싶습니다. 가만가만 가다듬으려 합니다. 가던 길을 가만 멈추고서 가을잎한테 봄꽃한테 여름싹한테 겨울눈한테 가늘게 콧노래를 부르듯 이야기잔치를 펴고 싶어요. 가랑비를 가만히 맞으면서 눈을 감습니다. 가을날이 저물면서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이 가깝습니다.


가만히(가만가만·가만하다) : 1.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 없이. 2. 움직임이 안 드러나게 조용히. 3. 마음을 가다듬어 곰곰이. 4. 말없이 찬찬히. 5. 아무 생각이 없거나 손을 쓰지 않고 그냥 그대로 6. 사람들한테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용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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