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6 고양이
2021년 7월에 국립국어원은 ‘길고양이’를 올림말로 삼으면서 ‘도둑고양이’ 뜻풀이를 손질합니다. “길고양이 :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하고 “도둑고양이 :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도적고양이”로 적는데, 두 낱말 뜻풀이는 모두 얄궂습니다. 고양이한테 언제부터 ‘임자(주인)’가 따로 있었기에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같은 뜻풀이를 붙일까요? 이제는 ‘도둑고양이’ 같은 낱말은 버려야겠는데, 굳이 낱말책에 남기려 한다면 뜻풀이는 제대로 붙일 노릇입니다. 푸른별로 보자면 도둑은 정작 사람입니다. 새·풀벌레·짐승·헤엄이를 마구 짓밟고 죽이고 삶터를 빼앗는 사람인걸요. 고양이를 더 헤아린다면 ‘들고양이’를 바탕으로 ‘골목고양이·마을고양이’로 가르고, ‘길고양이’하고 ‘집고양이·곁고양이’로 나눌 만합니다. 우리는 사람이지만 사람 눈길로만 둘레를 본다면 뭇목숨을 찬찬히 다루는 길하고 멀어요. 스스로 삶을 짓는 뭇목숨을 볼 노릇이요, 사람은 이 별에서 어떤 몫을 하면서 삶을 밝히는가를 생각해야지요. 그리고 낱말풀이에는 ‘자생적(自生的)’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 아닌 우리말 ‘스스로’를 써야 알맞습니다.
ㅅㄴㄹ
[국립국어원 낱말책]
길고양이 :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
- 길고양이를 돌보다 /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 / 길고양이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도둑고양이 :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 도적고양이
- 거의 작은 개만큼이나 큰 검정고양이였다. 부대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둑고양이였을 것이다. 《오정희, 중국인 거리》
요 망할 놈의 고양이 새끼! 걸이는 공동변소 옆에 엎드려 있는 도둑고양이를 그리 힘들이지 않고 잡아 쥐었다. 《황순원, 움직이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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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낱말책]
길고양이 : 사람 손을 타기도 하면서 사람과 가까운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
* 길고양이가 지붕에서 해바라기를 한다
들고양이 : 사람 손을 안 타면서 들에서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고양이
* 들고양이는 이 겨울을 어떻게 나려나
도둑고양이 : 사람 손을 안 타지만 사람과 가까운 데에서 먹이를 찾으며 살아가는 고양이
* 도둑고양이가 새끼를 예쁘게 낳았어요
골목고양이 : 도시에서 골목을 이룬 곳에서 곧잘 사람 손을 타기도 하며 지내는 고양이
* 사람과 골목고양이는 서로 이웃이다
집고양이 : 사람 손을 타면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고양이
* 집고양이라도 새를 잘 잡아
곁고양이 : 사람 곁에서 한집을 이루며 살아가는 고양이
* 곁고양이가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