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27 들딸 멧딸 밭딸



  어머니 옛집을 어릴 적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요새는 휙휙 가로지르는 길이 곳곳에 뚫립니다만, 예전에는 한참 돌아요. 인천부터 당진 사이도 굽이굽이 멀디멀고, 어머니랑 저는 멀미로 애먹습니다. 오며가며 지치지만 큰고장하고 사뭇 다른 시골에서는 뛰놀 들하고 멧자락이 있고, 시골 누나하고 언니는 “넌 서울(도시)서 살아 다 모르는구나?” 하며 깔깔거리다가도 사근사근 알려주었어요. 딸기꽃을 여덟아홉 살 무렵 처음 보았지 싶어요. “딸기꽃이야. 딸기꽃도 몰라?” “…….” “이다음에 오면 딸기가 빨갛게 익겠네. 그때는 밭에서뿐 아니라 숲에서도 딸기를 딴단다.” 어린 날에는 가게에서 사먹는 딸기만 보았으니 딸기가 어떻게 맺는 줄 모르기도 했습니다. 이 딸기는 딸기꽃이 지고 나서 맺는 열매라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더구나 밭하고 들하고 숲하고 다른 딸기가 있는 줄은 어림도 못 했고요. “하하하, 너는 개암도 모르겠네? 메뚜기는 먹을 줄 아니? 개구리는? 그래도 메추리알은 먹겠지? 저기 처마에 메추리집이 있어서 가끔 메추리알을 하나씩 꺼내서 먹지.” 맨발로 나무를 타고 맨손으로 숲을 누비고 맨몸으로 들바람을 마시면서 ‘딸기’란 이름이 얼마나 달콤한가 하고 돌아봤어요. 들딸·멧딸·밭딸을 비로소 만났어요.


들딸 (들 + 딸기) : 들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면서 자라는 딸기.

멧딸 (메 + ㅅ + 딸기) : 멧자락이나 숲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면서 자라는 딸기.

밭딸 (밭 + 딸기) : 사람이 따로 밭에 씨앗을 심어서 기르는 딸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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