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6.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
김화숙 글·이도담 그림, 이새, 2020.8.15.
새벽비를 본다. 오늘 새벽비는 포근하다. 마치 겨울이 스러지고 봄을 맞이하는 비 같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포근한 비가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마당을 살피니, 겨울 새벽비를 머금으며 봄풀이 올라오려 한다. 겨울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문득 ‘겨울자전거’라고 적어 본다. 구태여 띄어쓰기를 갈라서 ‘겨울 자전거’라 하고 싶지 않다. 새롭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얼마든지 새말을 누구나 짓거나 엮으면 된다. 여름자전거는 땡볕을 신나게 먹으면서 까무잡잡하게 빛나는 길이다. 겨울자전거는 찬바람을 실컷 먹으면서 꽁꽁 얼어붙는 길이다. 다만 오늘은 겨울비가 포근했기에 맨손으로 달려도 안 시리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를 읽었다. 글님은 스스로 몹시 아픈 나날을 보내야 하면서 무엇이 빛나는가(소중한가)를 새록새록 느꼈다고 밝힌다. 적잖은 분들은 아프거나 슬프거나 괴로울 적에 그만 수렁에만 갇힐 뿐, ‘빛나는 아픔·슬픔·괴로움’을 놓치더라.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서 빛나기에 비로소 ‘이웃사랑·동무사랑’이 싹튼다. 권정생 할배는 늘 “나 대신 아파 주면 좋겠어요”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스스로 아파 보지 않고서야 아픔이 뭔지 터럭만큼도 종잡지 못하기에 ‘사람’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