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2.22.

책하루, 책과 사귀다 78 제비



  지난날에는 우리나라 우체국 그림이 ‘제비’였습니다. 어느 돈터(은행)는 ‘까치’를 얼굴(상징)로 삼았습니다. 제비나 까치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랑받던 새입니다만, 시골이 줄고 서울이 자라는 사이에 차츰 잊히거나 미움받는 숨결로 바뀝니다. 이러던 어느 날 우체국도 돈터도 제비 그림하고 까치 그림을 슬그머니 치웠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봄이 되면 찾아오는 반가운 새인 제비처럼, 우리한테 반가이 글월이 찾아든다는 이야기를 제비 그림으로 나타냈는데, 제비보다 빠른 누리길(인터넷)에 밀린 셈입니다. 묵은 우편번호부를 들추다가 ‘우편 도령’이라는 이름을 보았어요. ‘도령’은 ‘도련님’처럼 오랜 우리말입니다. 우체국에서 제비 그림을 치우는 동안 ‘우편 도령’뿐 아니라 ‘도령’ 같은 이름도 이 삶자리에서 스러지거나 잊힙니다.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많이 쌓아올려야 한다는 오늘날이기에 ‘도령’은 시골스럽거나 예스러워서 느리고 작고 적다고 여길 테지요. 책은 더 빨리 더 많이 읽어야 할까요? 더 훌륭하거나 더 좋거나 더 이름난 책을 읽어야 할까요? 마음을 담아 차근차근 손글씨로 글월을 나누는 길은 낡았을까요? 마음을 담아 찬찬히 여민 책은 ‘이름이 안 났’으면 읽을 값이 없을까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