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3.


《고양이와 할머니》

 전형준 글·사진, 북폴리오, 2019.11.5.



아무리 날씨가 폭한 겨울이어도, 이 겨울자전거는 온몸을 찌릿찌릿 얼린다. 여름날 맞바람은 더위를 씻긴다면, 겨울날 맞바람은 꽁꽁 얼린다. 여름엔 땀으로 빛나는 자전거요. 겨울엔 얼며 눈부신 자전거이다. 여름엔 몽글몽글 구름밭을 바라보며 달린다면, 겨울엔 시리도록 새하얗게 퍼지는 구름바다를 헤아리며 달린다. 해가 질 무렵 사름벼리 씨하고 책숲을 다녀오는 길에 마을 앞논에 웅크리던 고라니가 폴짝 뛰다가 길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본다. “어, 어, 저 아이, 왜 부릉이가 지나갈 때 건너려 한담?” 사람도 부릉이도 없을 적에 조용히 가로지르면 좋을 텐데. 고라니 눈에는 부릉이가 안 보이려나. 고라니는 먼발치 사람내음이나 부릉소리를 못 느끼려나. 부릉이를 모는 사람은 고라니를 코앞에서야 알아챈 듯싶다. 이 시골길을 무시무시하게 달리다가 칠 뻔했다. 시골사람도 서울사람도 시골길에서 호젓이 모는 일이 드물다. 《고양이와 할머니》를 읽었다. 잘 여미었다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여러 일본 빛꽃을 따라가는구나 싶어 아쉽다. 찰칵님은 찰칵님대로 고양이랑 골목할머니를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이니, 이 살림길대로 수수하게 담으면 된다. ‘이와고 미츠아키’스럽거나 ‘미요코 이하라’를 닮은 빛꽃을 보고 싶지는 않다.


#岩合光昭 #이와고미츠아키

#伊原美代子 #미요코이하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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