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12.
《적당주의 학생회보 4》
타카오 진구 글·그림/허강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4.4.25.
오늘은 까치떼가 지나간다. 많아. 많구나. 겨울이야. 하늘을 보노라면 이따금 까치떼랑 까마귀떼가 신나게 싸우며 시커멓다. 먹이랑 먹이터를 놓고 불꽃이 튄다. 한두 아이씩 날 적에 까치랑 까마귀가 싸우는 일은 못 보았지 싶다. 무리를 지으니 싸우는구나 싶다. 사람도 매한가지이다. 혼자서 호젓이 살림을 일구면서 싸울 일이 있을까. 무리를 지어 무리힘을 펴는 자리에 섞이면 어느새 악다구니처럼 굴면서 고약한 짓을 일삼는다. 《적당주의 학생회보 4》을 읽었다. 판이 끊어진 그림꽃책이라 어렵사리 찾아냈다. 설렁설렁 지낸다고 하는 푸름이 이야기를 엮는다. 설렁질이란 뭘까? 몸에 힘을 빼고서 가볍게 한다는 뜻일 테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굳거나 뻣뻣하기 마련이다.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은 어렵고 딱딱하다. 힘을 빼고서 짓는 밥은 부드럽게(살살) 누리거나 나눌 만하다. 꽃망울도 잎망울도 온힘을 다하기에 새롭게 깨어난다고 하지만, 곰곰이 본다면 알맞게 힘을 빼고서 꿈을 그리는 길에 문득 깨어난다고 해야 맞다고 느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쉰다. 푹 쉰다. 여러 달을 빈틈없이 달렸다. 쉰다고 해도 날마다 말꽃짓기는 어김없이 한다. 차근차근 한다. 한 걸음씩 딛는다. 난 열 걸음이나 쉰 걸음씩 뛰며 살지는 않는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