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2.19.

숨은책 596


《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글·그림

 친구

 1989.6.30.



  처음 《핵충이 나타났다》를 만나던 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멋스럽고 그윽하게 우리 삶터를 헤아리는 그림꽃이 있구나 싶어 차근차근 읽고 나서 느낌글을 써서 둘레에 알리려 했습니다. 둘레에서는 “줄거리가 아무리 좋아도 만화인데?” 하면서 이 책을 꺼렸습니다. “줄거리가 훌륭하면서 어린이도 쉽게 읽도록 엮은 만화라면 한결 아름답지요.” 하고 보탬말을 들려주어도 “아! 만화는 애들이나 보지! 유치하게 무슨 만화야!” 하면서 《핵충이 나타났다》를 아예 손대거나 들출 생각마저 않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던 1994∼95년에도, 싸움판(군대)울 다녀오고서 열린배움터 둘레에서 새뜸나름이로 일하던 1998∼99년에도, 새내기나 윗내기나 또래 모두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무슨 만화책을 보고 동화책을 읽어?” 하는 소리를 신물나게 들었습니다. 책이라면 모두 책이요, 이야기라면 나란히 이야기요, 삶이라면 언제나 삶이지만, 삶을 헤아리고 줄거리를 짜서 이야기를 담아내는 틀을 ‘그림책·동화책·만화책’으로 엮으면 ‘눈(수준)이 낮다’고 밀쳐내기 일쑤였습니다. 오늘날은 달라졌을까요? 신기활 님 그림꽃책은 2013년에 살짝 되살아났지만 이내 다시 파묻혔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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