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12.16.
오늘말. 오랜글빛
처음 글을 읽던 때를 떠올립니다. 한창 놀기만 하던 아이는 어린배움터에 깃들며 글씨가 있는 줄 비로소 깨닫습니다. 한글을 익힌 뒤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마다 모든 글씨를 읽어내려 합니다. 가게이름도 새뜸(신문)에 적힌 글도 수다쟁이가 되어 읽습니다. 이제 겨우 글씨를 익힌 아이인데 배움터에서는 ‘일기·숙제·독후감·감상문·표어·웅변·위문편지’처럼 낯선 이름을 자꾸 들먹이며 글을 지으라고 시킵니다. 벼루에 먹을 갈아 붓글씨를 그리라 하고, 글붓(연필)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몽당글붓이 수북히 쌓일 만큼 쓰고 또 씁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하루쓰기·풀잇거리·읽은느낌·느낌글·다짐글·외침말·보듬글월’을 쓰도록 시켰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참 오래오래 글을 쥐며 살았지 싶습니다. 내로라하는 글꾼은 아닐 테지만, 그저 오래내기로 살았고, 복판에 설 만하지 않더라도 어느덧 어버이로서 아이 곁에 오래빛으로 지내는구나 싶습니다. 글을 쓴다면 글꽃지기이기를 바랍니다. 살림을 짓는 살림님처럼 지음님이 되자고 생각합니다. 먹물스럽기보다는 숲다운 오랜글빛으로 이 보금자리부터 푸르게 가꾸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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