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2.15.
숨은책 580
《現代歐州》
伊達源一郞 엮음
民友社
1914.2.15.
헌책집을 다니다가 어쩐지 묵은 일본책이 보이면 쉬 지나치지 못합니다. 일본 책집에서 만나는 일본책이라면 일본사람이 읽은 책이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 책집에서 만나는 묵은 일본책이라면 ‘총칼로 억눌리던 무렵에 일본글로 새길을 배운 한겨레’ 자취를 읽어낼 만합니다. 《現代歐州》를 얼핏 보면 일본책인지 아닌지 아리송합니다. 우리나라도 꽤 오래도록 책에 한자만 까맣게 박았거든요. 책을 펴니 일본이 하늬녘(유럽) 여러 나라가 얼마나 나라살림을 일으켜서 옆나라를 차지하려고 애쓰는가 하고 차근차근 밝힌 줄거리가 가득합니다. 일본 벼슬꾼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우려먹을 밑밥’이었구나 싶어요. 그나저나 이 책 속종이하고 여러 곳에 수수께끼 같은 글씨가 있습니다. “C.D.L. 類別·番號·大正 年 月 日 購入·備考. 中東文庫”라 나옵니다. ‘C.D.L.’이 무엇일까요? ‘中東文庫’가 귀띔일 테지요. 둘을 맞물려서 살피니, 1922년에 처음 연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라는 중동고등학교에 깃든 자국입니다. ‘大正 年 月 日 購入’이란 자국만 있고 날을 안 적었기에, 1914년에 나온 책을 중동고등학교에서 언제 받아들였는 지까지는 모릅니다. 그무렵 누가 읽었는지도 몰라요. 그저 이 책은 기나긴 날을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ㅅㄴㄹ